인터넷 뒷북 기사와 웃기는 기자 (혹은 알바)..

미니위니에서 놀다가 “일주일간 샤워 못했더니…“라는 글에 달린 링크를 따라가 봤다.

네이버에 뜬 수많은 낚시 기사 中 하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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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옷을 갈아입지 않았더니 배꼽에 ‘풀’이 돋아났다는 청년의 사연이 해외 네티즌들의 폭소를 유발하고 있다.

최근 해외 블로그 사이트 등을 통해 ‘화제 인물’로 떠오른 장본인은 캐나다 몬트리올에 살고 있는 ‘스테판 엠’이라는 이름의 남성.

스테판은 지난 해 9월 홀로 카누 여행을 떠났는데, 여행 첫 날 카누가 뒤집히는 바람에 여분의 옷을 모두 분실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음식과 기본적인 캠핑 장비는 잃어버지리 않아 일주일 동안의 카누 여행을 겨우 끝낼 수 있었다고.

일주일 동안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집에 돌아온 후 샤워를 하기 위해 옷을 벗은 순간, 자신의 배꼽에 자리잡은 ‘풀’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 스테판의 주장.

배꼽 부위에 우연히 자리잡은 씨앗이 따뜻한 체온과 불결한 위생 환경, 카누 여행으로 인한 충분한 수분, 넉넉한 뱃살 덕분에 발아,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 스테판의 추측. 또 확인 결과 배꼽 부위에 고착된 더러운 때가 토양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그의 설명.

스테판은 즉시 배꼽에 뿌리를 내린 풀 한 포기를 촬영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고, 최근 인터넷을 통해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것.

배꼽에 자라난 풀’을 지켜 본 해외 네티즌들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건이라는 쪽과 역겹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 등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

(사진 : 스테판의 ‘배꼽 풀’ 증거 사진 )

정동일 기자 (저작권자 팝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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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문제는, 배꼽에 풀이 돋아났다는 이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한번 올라온 기사라는 것이다. 아니, 한두번이 아닐지 모르겠다. 나도 한번 본 기억이 있는데 한국 사이트에선 찾을 수 없어서 외국 사이트를 하나 소개한다.

http://j-walkblog.com/old/2004/10/12/index.html

이미 링크 주소만 봐도 뒷북을 감지할 수 있다. 2004/10/12.. 이미 2년전에 같은 사진에 같은 내용을 가진 기사가 떴다는 것이지.. 심지어 네이버에 기사를 올린 ‘정동일’기자는 상당히 바빴는지 ‘최근 해외 블로그 사이트 등을 통해…’ 또는 ‘지난 해 9월…’ 등 시간을 나타내는 민감한 사항도 그대로 베껴써놨다. 뒷북을 치지 않으면 안되는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욕을 먹지 않으려면 최소한 이렇게라도 했어야 했다.


  • 해외 네티즌들의 폭소를 유발하고 있다. => 해외 네티즌들의 폭소를 유발 했었다.

  • 최근 해외 블로그 사이트 등을 통해 => 2년전 해외 블로그 사이트 등을 통해

  • 지난 해 9월 => 2003년 9월 (내가 찾은 외국 사이트가 뒷북이 아니라면..)

  • 최근 인터넷을 통해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것 => 2년전 인터넷을 통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던 것

이렇게 네구절만 바꾸어도 얼마나 솔직하고 당당해 보이는가.

사실 나도 뒷북은 친다. 하지만 이렇게 ‘가장 많이 본 뉴스’에 오르기 위해 성의없이 옛날옛적 기사를 복사/붙여넣기 하지는 않는다. 용기가 대단하다. 슬쩍 검색해봤는데.. 정동일씨는 주로 이런 흥미로운 기사꺼리를 자주 퍼오는 담당인가 보다. 맡은 역할이 그렇다면 나는 할말 없겠다. 프로페셔널한 거니까. 그땐 이런 일을 지시한 ‘팝뉴스’측에 문제가 있겠지. 뭐 정동일씨 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기자’분들이 이러한 ‘글’들을 말그대로 ‘쏟아내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읽히는 현실이 더 문제인 걸까…

아무리 그래도 뒷북이라며 올린 댓글(증거로 위에 올렸던 링크를 포함한)은 지우지 말았어야지. 나 말고도 ‘본거 또보고 또보고..’, ‘어디선가 본거다’, ‘지난해 9월에 본 것’ 등등 의견이 많았는데 그런건 놔두고 내껄 지운 이유는 너무 확실한 증거 탓일까. 아니면 지금도 부정적인 리플들을 지우는 중일까.

기자가 지운걸까 아님 알바가 지운걸까.

내가 욕을 한것도 아니고 동문서답 한것도 아니고 뒷북을 뒷북이라 했을 뿐인데.. 이런 무책임한 대응이 안타까울 뿐이다.

30년 베테랑 저널리스트 Mark Witherspoon 교수님은, “꾸준히 공부하고 주위를 관찰하면 언제나 어디에나 기사꺼리는 있다” 라고 했다. ‘기사꺼리’가 있다는 말이지, 베껴올 ‘기사’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다양한 읽을거리/볼거리가 인터넷 뉴스를 재미나게 해주는게 사실이지만 이건 좀 너무했다.

이제는 이런 무책임한 기사로 ‘기자’라는 타이틀을, ‘신문’이라는 매체를 깎아내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