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무너뜨린 게임. Splinter Cell: Double Agent.

아주 오래 기다렸다. Splinter Cell에서 열광하고, Splinter Cell: Chaos Theory에서 제대로 감동받은 후 이 게임의 팬이 되었다. 이런 나에게 Splinter Cell: Double Agent 소식이 들렸고, 뉴스와 리뷰를 모조리 읽으며 발매만 목빠지게 기다렸다. 드디어 2006년 11월, Xbox360버전보다 일주일이나 늦게 발매된 PC버전을 Target에서 tax포함, 50불이 넘는 돈을 주고 구입했다.

하지만 컴퓨터에 DVD를 넣고 설치를 시작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필요한 HDD용량이 무려 10GB가 넘는다 (이게 미쳤나-_-). 그래서 잘쓰는 프로그램 안쓰는 프로그램 다 정리해서 공간 좀 비우고 설치를 시작했는데.. 대략 80%정도 설치되었을때 올바르지 않은 파일명이라며 설치가 강제종료 되었다. 해결방법은 XP의 언어설정을 영어로 해줘야 비로소 설치가 된다. 설치를 마치고도 문제가 있었지. 그래픽카드가 Shader3.0을 지원해야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한마디로 최신 컴퓨터를 장만하던지 아니면 게임을 포기하던지 결정하라는거지. 쩝..

내 컴퓨터는 Shader2.0까지 밖에 지원하지 않기에, 동생이 새로산 최신형 노트북으로 초반 서너개 레벨을 해봤다. 결과는 실망.. 뭐가뭐가 새롭고 어쩌고 하지만 게임은 달라졌을뿐, 정작 좋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게 현재까지 생각이다.

게다가 Xbox360用 게임을 별 노력없이 그대로 이식한건지, 로딩이나 세이브를 시도하다 실패하면 Unavailable Storage 멍청한 오류가 뜨기도 하고, 금고를 열때 방향키를 좌우로 움직여 키를 돌려야 하는데 아무리 키보드를 두들겨도 아예 꿈쩍도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새롭게 나왔다는 3D Map은 보고싶은 곳을 정확히 보기가 너무 힘들다. 아직 내가 조작법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수도 있지만, 이것 또한 엑박 컨트롤러에서 최대의 성능을 발휘할것 같다.

무기를 고르거나 문을 여닫거나 하는 등 선택을 하는 화면도 예전에는 마우스 스크롤을 돌려서 쉽게 고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굳이 방향키를 이용하던지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선택해야 한다. 다분히 Xbox식 인터페이스다. 잠긴문의 비밀번호를 누를때도 숫자패드를 이용해 간단히 입력할 수 있었던것이 방향키를 이용해서 버튼을 이동해가며 일일이 눌러주고 있어야 한다. 이 어이없는 시간차 덕분에 발각된 적이 있었는데 참 열받더라.

예전 시리즈부터 늘상 문제가 되던게 환풍구에 들어갈때 방향을 섬세하게 잘 맞춰서 뛰어야 비로소 손으로 붙잡고 올라가는데, 이번엔 그게 더 심해진듯 하다. 화장실에서 환풍구 들어가려고 깡총거리는 모습이 참 안습이었다.

세이브도 아주 웃기신다. 세이브 할때 따로 이름을 정할수가 없다. Quick Save는 그렇다 쳐도 일반 세이브에서는 당연히 이름을 정할 수 있게 하던가, 아니면 세이브할때의 스크린샷을 제공해주던가, 둘중 하나는 해야할텐데 그냥 Save라고만 저장된다. 게다가 정렬도 멋대로다. 최근 세이브 파일을 찾으려면 저장한 시간을 비교해 봐야 한다.

예전 시리즈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점이 몇가지 있다.

첫째는 소리와 빛을 감지하는 레이더가 사라졌다. Splinter Cell의 커다란 트레이드마크를 과감히 삭제한것.. 대신 녹색, 노랑, 빨강 순으로 위험도를 표시해준다. 사실 이게 더 이상하다. Sam Fisher 등과 가슴에 찬 핸드폰 크기의 전자제품이 무슨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해 색깔을 표시해준다는 것인지. 어차피 화면 좌측하단에 항상 표시가 되는데 굳이 Sam의 몸과 총까지 색상을 표시하는 친절함을 보일 필요가 있었을까. 그래픽만 리얼하면 뭐하나. 이런게 아케이든데..

둘째는 NSA와 JBA(테러리스트)사이에서 이중스파이로 활동하기에 훨씬 위험하고 순간 선택을 강요하는 딜레마를 겪게 될줄 알았더니 뭐 꼭 그런것도 아니다. 미션은 일정량 주어지며 시간이 아주 모자라지도 않는다. NSA든 JBA든 미션을 진행하다보면 그냥 objective를 하나씩 달성한다는 기분뿐이다. Trust게이지에 따라 진행이 달라진다는데, 그건 두고봐야겠다.

셋째는 그래픽이 좋아졌다. Chaos Theory에서 Sam은 뼈에 가죽만 얹어놓고 기름칠해놓은 것 같은, 게다가 눈에 초점도 안맞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균형도 잘 맞고 텍스쳐도 상당히 좋아졌다. 인물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 덕분에 권장사양이 고급으로 치솟았지만..

넷째는 자잘한 음향효과가 좋아졌다. 파이프에 매달릴때 카랑거리는 소리나, 눈 위를 걸을때 발자국 소리는 일품이다. 하지만 배경음악은 잘 모르겠다. 유연하게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변하도록 발전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달라진것 같지는 않다. 옵션이나 메인메뉴를 누를때 나는 딩동딩동 소리는 매우 거슬린다. 그리고 옵션 하나만 바꿔도 뭐 그리 확인할게 많으신지 계속 Ok, Yes, Save 등을 눌러줘야하는데, 그때마다 저 거슬리는 딩동소리 때문에 짜증이날 지경이다.

다섯째는 영화처럼 만들려고 부단한 노력을 한 흔적들이 보인다. 아주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많다. 예를들어 낙하산을 폈는데 줄이 꼬여버린 상황에서 보조 낙하산을 펴는 장면이나, 테러리스트가 잡아놓은 포로를 쏴야하는 상황에서 일인칭 시점으로 갈등하는 장면이라던지. 팔뚝에 찬 Opsat도 그냥 보지 않는다. 팔을 눈에 가져다 붙여버리는 듯 사악 다가오는 장면도 나쁘지 않다. 여러가지 멋진 액션도 추가되었고.. 하지만 너무 영화같은건지 미션 중간에 브리핑이 없다. 그냥 로딩중 동영상에 Voice Over처리되어 몇마디 하는게 전부다. 물론 상대 캐릭터가 게임 진행중에 알려주는게 대부분이지만 아직까지는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Sam의 딸이 교통사고로 죽은것과 때문에 Sam이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JBA에 Double Agent로 들어간것과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느냔 말이다! 뭐, 엔딩까지 보고나면 이해가 되겠지 라며 위로하지만.. 그나마 엔딩도 여러개라니 맥이 빠진다.

어찌되었든 게임진행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오류와 불편함이 산재한 게임이지만, 수작은 수작이다. 좀더 진행하다보면 내 실망감도 좀 누그러들겠지.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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